관세 공포에 퍼렇게 질린 코스피, 2400선 붕괴
2025-04-07 14:46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도 급등했다. 개장 직후 전 거래일 대비 27.9원 급등한 1,462.0원에 거래를 시작한 원/달러 환율은 장중 1,470원을 넘어서며 급등세를 보였다. 일본 엔화 대비 원화 환율 역시 1,000원을 돌파하며 2022년 3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미국의 관세 부과 발표 이후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위험 회피 심리가 확산되면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두드러진 결과다.
지난주 미국이 중국을 비롯한 주요 교역국에 대한 관세를 전격 부과하면서 글로벌 증시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4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는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가 5.5%,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5.97%, 나스닥종합지수가 5.82% 폭락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부과를 발표한 이후 이틀간 이들 지수의 누적 낙폭은 각각 9.26%, 10.59%, 11.44%에 달하며 금융시장 불안이 심화됐다.
이날 한국 증시에서도 반도체, 자동차, 바이오 등 대형주를 포함한 대부분의 업종이 하락세를 피하지 못했다. 삼성전자는 4.28%, SK하이닉스는 6.48% 하락했으며, LG에너지솔루션(-2.89%), 삼성바이오로직스(-5.89%), 현대차(-4.95%), 셀트리온(-4.89%) 등 시가총액 상위주들도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6.98%), 한화오션(-7.07%) 등 방산주와 KB금융(-6.69%), 신한지주(-5.53%) 등 금융주도 큰 낙폭을 기록했다. 업종별로는 제약(-5.34%), 금속(-5.38%), 제조(-5.03%), 전기전자(-4.88%), 증권(-4.61%) 등의 하락 폭이 두드러졌다.
코스닥 시장 역시 급락세를 보이며 투자심리 위축을 반영했다. 오전 9시 28분 기준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8.42포인트(4.13%) 내린 658.97을 기록했다. 장 초반 667.02로 출발했지만 낙폭이 점차 확대되면서 4% 이상 떨어졌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589억 원, 146억 원을 순매도하며 지수 하락을 부추겼고, 개인은 657억 원을 순매수했다. 주요 종목별로는 알테오젠(-7.30%), 파마리서치(-5.37%), 펩트론(-4.61%), 보로노이(-6.61%), 코오롱티슈진(-4.80%) 등 제약주가 급락하는 가운데 에이비엘바이오는 4조 원 규모의 기술 수출 소식에 가격제한폭(29.96%)까지 상승하며 시장에서 유일한 강세를 보였다.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강해지면서 외환시장에서도 원화 가치 하락이 두드러졌다. 9시 11분 기준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34.0원 오른 1,468.1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4일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이후 1,430원대로 급락했던 환율이 다시 급등한 것이다. 원/엔 환율은 100엔당 1,008.52원까지 치솟아 2022년 3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KB국민은행 이민혁 연구원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이 재점화되면서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이로 인해 투자자들은 안전자산으로 몰리고 있으며, 달러와 엔화 강세에 원화 약세가 심화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현재 시장은 합리적인 반응이라기보다 공포심리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며 "단기간 내 회복이 쉽지 않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미국과 중국의 대응이 향후 글로벌 증시 흐름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향후 양국 간 무역 협상 진전 여부에 따라 증시의 추가 하락 여부가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기사 안민성 기자 anmin-sung@lifeandtoday.com